[월드코리안신문 인터뷰] ‘비바 코레이아’ 저서 펴낸 황인상 전 주상파울루총영사


[뉴스훅] 황인상 외교부 국립외교원 국제통상경제안보연구부장이 최근 <비바 브라지우, 비바 코레이아>(도서출판 브라이튼, 296쪽)라는 책을 펴냈다. 지난 3년 동안 상파울루 총영사 재임 시 이루어낸 일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부제는 ‘브라질, 그곳에 한국이 있었다’다. 브라질 한인사회의 시작과 발전 과정도 담겨 있다.

 그는 2021년 6월 상파울루 총영사로 부임했다. 당시는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한 시기였다. 브라질이 미국, 인도와 함께 ‘최대 코로나 사망국’이라는 오명을 얻었을 때였다.

 브라질을 찾는 관광객이 줄어들자 브라질 한인사회도 크게 위축됐다. 5만에 달했던 한인 수가 3만5천으로 감소했고(지금은 다시 5만 명 회복) 브라질 최대 한인타운인 ‘봉헤치로’에서조차 관광객을 보기 힘들다는 말이 나돌았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에서 그는 ‘한인타운 활성화 프로젝트’라는 야심 찬 카드를 꺼내 들었다. LA 총영사관에서 부총영사로 일하면서 진행했던 ‘한인타운 활성화 사업’을 브라질에서도 이뤄내기 위해서였다.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를 활용하면 많은 관광객이 한인타운 봉헤치로를 다시 찾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당시 황 전 총영사는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상파울루시 정부와 끊임없이 소통했다. 상파울루시도 시 경제의 한 축인 한인사회가 되살아나게 하는 일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상파울루시는 우리 제안에 응해 한인타운에 한국 거리, 한국 광장을 지정했어요. 우리 정부도 적극 지원했어요. 한인타운에 12개의 한국 전통 거리 벽화도 만들었습니다. 우리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보도블록도 새로 설치했어요.”

 황 총영사가 브라질에서 추진한 일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 문화의 날’, ‘한국 이민의 날’, ‘한복의 날’, ‘한국 음식의 날’ 등이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했고 실제로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로, 파라나 지역(시 포함)에 14개의 한국 관련 기념일이 제정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귀임해 서초동 국립외교원에서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 그를 최근 만났다. 그는 머지않아 다시 새로운 외교 임지로 떠날 예정이다. 다음은 양재역 인근 한 커피숍에서 나눈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비바 브라지우, 비바 코레이아>을 펴낸 취지는?

 “1963년 최초의 공식 해외 이민으로 시작하여 중남미 최대 한인타운을 이룩한 브라질 한인사회를 널리 알리고 싶었다. 2021년 6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재임 기간 중 브라질 한인사회에 뛰어들어, 봉헤치로 한인타운 활성화, 한국과 한류 위상 제고, 차세대 한인 참여 확대 등을 이루어 낸 3년간의 성과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 상파울루 총영사 재임 시 추진한 ‘비바 코레이아’는 어떤 프로젝트인가?

 “첫째는 치안 강화이고, 둘째는 한국적 상징물 설치 등 한류를 활용한 미화 사업이었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이 있다. 깨진 유리창의 차량을 방치하면 사람들이 차를 멋대로 부수고 쓰레기도 버리는 등 차가 엉망이 되듯이, 사소한 무질서를 내버려 두면 결국 지역 전체로 범죄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치안은 봉헤치로 활성화를 위한 기본 전제조건이며, 치안이 확보되지 않으면 어떠한 경제적, 사회적 생활 기반도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우선 과제로 삼았다. 치안 강화를 위해 한국 정부 지원으로 봉헤치로 주요거리에 CCTV 50여 대를 설치하고, 상파울루 경찰 당국에 요청하여 이동 경찰 초소를 설치(추후 상설 경찰 고정 초소로 확대)한 후, 총영사가 직접 한인 커뮤니티와 함께 ‘새마을 운동’처럼 봉헤치로 청소 봉사를 매주 했다. 또한, 봉헤치로를 다문화 거리로 만들기 위한 미화 사업으로 ‘한국 거리’와 ‘한국 광장’을 지정토록 했고 한국 정부 지원으로 총 12개의 한국 전통 거리 벽화를 설치했다. 그리고 한국 거리에 한국 정부와 우리 기업의 후원을 받아 ‘보도블록 설치’ 사업을 하여 깨끗하게 단장했다. 아울러 한국을 브라질 전역에 알리기 위해 ‘한국 문화의 날’, ‘한국 이민의 날’, ‘한복의 날’, ‘한국음식의 날’ 등 한국 관련 법안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초기에 한인사회의 지지와 동참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한인사회 차원에서 그간 브라질 사회에서 한인타운 발전과 권익 보호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언어와 문화적 장벽, 관료주의 등으로 인해 쉽지 않았다. 다행히 부임 후 시와 주 정부 인사와 정치인들을 만나 지지를 획득했다. 여기에 지역사회에서 호응을 얻었고 차세대 한인들이 동참해주기 시작했다. 상파울루시와 주 정부 인사들은 외국 정부인 한국 총영사관 측의 한류를 기반으로 한 지역사회 활성화 프로젝트를 환영했고 지원해주었다. 일부 현지 단체에서 프로젝트가 한국적 특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한류의 글로벌 한 성격이 다문화를 촉진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우리 측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황 총영사는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 “한국 거리 내 보도블록 교체 작업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상파울루시의 적극적인 지지하에 추진되었으나, 일부 현지인 단체의 반대로 3년 가까이 끌어오다가, 한국 정부와 우리 기업 지원, 유태인 등 여타 커뮤니티의 여론 지지로 지난해 12월 완공됐다”고 설명했다.


 - 책에 상파울루총영사관이 중남미 유일의 총영사관이라는 챕터가 있다.

 “상파울루총영사관이 중남미 유일의 총영사관이 된 것은 중남미에서 가장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120여 개)들도 가장 많이 진출해 있다. 브라질 이민은 우리 정부가 1962년 3월 해외이주법을 공포한 이후에 첫 번째 공식 해외 이민이었다. 1963년 2월 13일에 한인 103명이 농업 이민으로 산토스에 도착한 이후, 이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렇지만, 한인들이 대부분 농업과 거리가 먼 한국사회의 중산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브라질에서의 농업 이민 생활은 초기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변변한 농기구조차 갖추지 못했고 개미 떼와 독충과 싸우며 주거시설을 마련하고 끼니를 마련하느라 고군분투를 해야 했다. 더욱이 이민자 대부분이 농업 경험과 기술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황무지를 개간하는 일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아이들의 교육여건도 열악하여 마땅한 학교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새로운 꿈과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대부분이 도시인 상파울루로 이주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다.”


 - 중남미에서 한류 인기는 어느 정도인지?

 “K-팝, K-드라마, K-푸드 인기는 중남미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넷플릭스 한류드라마를 가장 많이 보는 국가다. 하나의 예로 2023년에 넷플릭스 브라질 지사는 Netflix 연례행사인 Tudum 글로벌 팬 이벤트를 상파울루 엑스포에서 개최했는데, 총 28개 드라마와 영화 가운데 우리 콘텐츠가 1/3을 차지했다. 행사장에는 유일하게 한 국가에만 한정하여 기념전시관이 설치되었는데 그것도 바로 한국이었다. 브라질의 경우, 이제는 K-팝, 한류 드라마 인기가 한국어 학습의 열기로 이어져, 한국어는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영어, 이탈리아어, 일본어에 이어, 상파울루시의 7대 외국어로 시립 어학원의 공식과목으로 채택됐다. 한국문화원이나 한국교육원에서 하는 한국어 수업은 언제나 조기 마감이 되어 수업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 한국의 대중남미 정책에 대해 조언해 달라.

 “중남미에서의 한류 붐은 과거 일부 우려와 달리 일시적인 문화 현상에 그치지 않고, 선진 한국의 위상과 한국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저변에 갖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이 지난 불과 수십 년 만에 선진국으로 도약하여 이제 소프트파워에서도 중남미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기쁜 일이다. 한국에 대한 이같은 긍정적 평가를 토대로 우리의 공공외교 역량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 문화 콘텐츠 단체, 기업들이 중남미에 안정적으로 진출하여 수준 높은 한류 문화를 전파할 수 있도록 한국문화원, 한국콘텐츠 진흥원이 거점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 중남미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면?

 “중남미에서 한인사회를 정착시킨 1세대들은 지금 노령화되어 많이 돌아가신 상황이다. 한인사회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2세대, 3세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행히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과 한류의 인기로 인해 많은 차세대 한인들이 한국에 대한 정체성과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차세대 한인들(특히,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주고, 모국체험 프로그램, 차세대 리더쉽 프로그램, 장학금 사업 등을 지원해야 한다.”


 황인상 전 총영사는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났고 충북 제천고등학교, 서울대학교(독어교육)를 졸업했다. 1995년 제29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부에 입부한 그는 해외에서 주요르단대사관 1등 서기관,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관 1등 서기관, 주상하이총영사관 경제동포영사,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관 경제참사관, 주로스앤젤레스총영사관 부총영사로 근무하고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주상파울루한국총영사를 역임했다. 외교부 내에서는 세계무역기구과, 북미통상과 등 통상교섭본부에서 주로 일했고 2010년 자유무역협정정책 기획과장을 맡아 한-중 FTA, 한-중-일 FTA 출범 등 자유무역협정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외교부 국립외교원 국제통상경제안보연구부장으로 재직 중이다.[출처:월드코리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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